텃밭에 오이가 늙어가고 있다.
어떤 화학비료도 주지않는 탓인지 노각의 모양도 제각각이다. 둥근 모양대
로 늙기도 하고 조그만데 벌써 늙기도 하고 죽죽 크기대로 몸을 불리다가 늙
기도 했다.
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노각은 한결같은 모양인데 말이다. 어찌보면 공장에
서 규격대로 생산된 모습이다. 크기만 조금씩 차이날 뿐이다.
텃밭에서 식물을 키워보면 안다. 내다 파는 채소의 균일하고 어여쁜 모양을
위해 우리가 땅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. 생산성과 맞바꾼 댓가
가 얼마나 노말하지 않은지 말이다.
그래서 이렇게 각각의 모양대로 생긴 늙은 오이님들이 생전에 어떤 삶을 살
았는지 생각해보면서 아침을 짓는 오늘이 참 쓰다. 가물어 노각의 꽁지가 쓰
디써서 그 맛을 일일이 보는 아침풍경처럼 말이다.
노각은 껍질을 벗겨내고 길이대로 잘라서 씨를 뺀다.
물로 깨끗이 씻어 길이대로 잘라 소금에 절인다. 어떨 때는 소금에 절이는 과
정을 생략하고 그냥 무치기도 한다. 좀더 늙어서 노각의 속살이 하얗고 산미
가 더 강하면 소금에 절여서 아삭한 맛을 살리는 것이 더 좋고 껍질을 벗겼는
데 푸르스름한 기가 돌면 그냥 무쳐서 먹어도 맛이 좋다.
소금에 절인 노각은 물기를 꽉 짜서 고춧가루, 매실액, 멸치액젓, 소금, 원
당, 다진 마늘, 다진 파를 넣고 버무려준다. 마지막에 참기름과 깨소금을 더
한다. 때로 새콤하게 먹고 싶을 땐 식초를 더해주기도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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